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투고하는 글입니다.
이 글은 지음의 채움활동가이자 현재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신 또바기 님이 작성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성적 공개... 그것도 '체벌'입니다
- 초등학생으로서 느끼는 한국 교육의 폭력성
"초등학교 때 많이 놀아라."
초등학교에 재학하면서 어른들에게 많이 들은 말이다. 하지만 이런 어른들의 말을 듣고, 나는 의문을 품었다. 한 학년 오를 때마다 나를 비롯한 초등학생들에게 더 많은 학원과 사교육, 학업에 대한 선생님들과 어른들의 압박이 점점 강해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는 빨리 고학년이 되고 싶었다. 고학년이 되면 더 자유로워질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해가면서, 고학년이 되는 것이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고학년이 되면 마냥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학업과 사교육에 대한 압박이 매일매일 조금씩 숨통을 조였기 때문이다. 나는 초등학생들이 한 학년씩 올라가면서 한 번씩은 겪어볼 만한 학업 및 성적에 대한 압박,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자 하는 "비교하는 교육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체벌"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공부를 못한다고 무시당하는 것도 체벌의 일종
초등학생들은 대개 빠르면 중학년(3~4학년), 조금 늦으면 고학년(5~6학년)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의 '성적 비교'를 당하기 시작한다. 사례는 여러 가지이다. 그 중 선생님들이 학급생들 앞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을 언급하는 사례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런 비교는 단순히 성적이나 학습 결과를 모두가 있는 곳에서 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성적순으로 자리를 배치하는 것부터, 조별로 상점/벌점 스티커를 모으도록 해서 결과에 따라 벌 청소를 시키거나 급식 줄 서는 순서를 배치하는 등, 학교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공부를 잘하면 우대를 받고, 공부를 못하면 불이익을 받는 것이다.
사람들은 주로 손이나 발로 때리거나 기합주는 것만을 체벌이라고 한다. 하지만 성적이나 결과를 두고 비교하고 무시하는 것 또한 체벌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의 이름이 언급될 때 학생들의 비웃음거리가 되는 것, 패배자가 된 느낌을 받는 것, 수행평가나 단원평가 등 많은 시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못하는 아이는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 그때 받는 스트레스와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르기도 한다.
이런 비교가 계속되면 대개 '아, 나는 어차피 해도 안 되는구나', '나는 패배자구나, 어차피 안 된다'라는 마인드가 자신의 마음 어딘가에 각인되어 학습 욕구를 더욱 떨어뜨리기도 한다. 물론 소수의 학생들은 승부욕을 가지고 학습하여 성적이 더 오른다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소수의 이야기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갈 수록, 성적 경쟁이 심해질수록, 이런 '비교'라는 이름의 체벌, 불이익의 강도도,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도 점점 높아지기만 한다.
때리고, 구타하고, 폭행하는 것만이 체벌이 아니다. 초등학생을 비롯한 많은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고 비교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정신적 고통'이 수반된다면 그런 비교와 차별도 엄연한 체벌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모든 체벌은 굴욕적이라고 했다. 또한 아동을 물리적으로 때리는 것, 몸에 상처를 입히는 것 외에도 무시하는 것, 비웃는 것, 겁주는 것 등도 사라져야 할 체벌의 일종이라고 규정했다(유엔아동권리위원회 일반논평 8호, 2006, <체벌 및 그 밖의 잔혹하거나 굴욕적인 형태의 처벌로부터 보호받을 아동의 권리(특히, 제19조, 제28조 제2항, 제37조)>). 학교에서 일어나는 성적 비교는 여기에 너무나 잘 맞아떨어진다.
교육 제도를 만든 국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학 입시를 향해 초등학생 때부터 달려가도록 설계되어 있는 교육 제도 속에서, 경쟁, 상대평가라는 것은 언제나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다. 국가의 교육 제도에 맞추어 운영되는 학교에서는 이런 비교를 조장하고, 실제 학생 생활에서 성적에 따른 우대와 차별로 눈에 확실히 보이게 차이를 드러낸다.
한국의 학생들이 성적에 대한 불안, 다른 학생과의 비교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은 옛날부터 요즘까지 쭉 있어왔던 일이다. 하지만 국가는 학생들에게 굴욕감과 모욕감을 주는 교육 제도를 그대로 둔 채, 옛날보다 얼마나 덜 때리는지, 얼마나 살살 때리는지만 가지고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교육의 이런 상황은, 엄연히 국가가 나서서 만든 폭력이다. 성적에 따라 비교당하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이 없도록 교육을 개혁할 책임을 국가에 물어야 한다.
사진 : 2015년 10월 30일 멈춰라 입시경쟁 풀려라 다크서클 공동행동 기자회견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투고하는 글입니다.
이 글은 지음의 채움활동가이자 현재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신 또바기 님이 작성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성적 공개... 그것도 '체벌'입니다
- 초등학생으로서 느끼는 한국 교육의 폭력성
"초등학교 때 많이 놀아라."
초등학교에 재학하면서 어른들에게 많이 들은 말이다. 하지만 이런 어른들의 말을 듣고, 나는 의문을 품었다. 한 학년 오를 때마다 나를 비롯한 초등학생들에게 더 많은 학원과 사교육, 학업에 대한 선생님들과 어른들의 압박이 점점 강해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는 빨리 고학년이 되고 싶었다. 고학년이 되면 더 자유로워질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해가면서, 고학년이 되는 것이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고학년이 되면 마냥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학업과 사교육에 대한 압박이 매일매일 조금씩 숨통을 조였기 때문이다. 나는 초등학생들이 한 학년씩 올라가면서 한 번씩은 겪어볼 만한 학업 및 성적에 대한 압박,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자 하는 "비교하는 교육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체벌"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공부를 못한다고 무시당하는 것도 체벌의 일종
초등학생들은 대개 빠르면 중학년(3~4학년), 조금 늦으면 고학년(5~6학년)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의 '성적 비교'를 당하기 시작한다. 사례는 여러 가지이다. 그 중 선생님들이 학급생들 앞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을 언급하는 사례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런 비교는 단순히 성적이나 학습 결과를 모두가 있는 곳에서 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성적순으로 자리를 배치하는 것부터, 조별로 상점/벌점 스티커를 모으도록 해서 결과에 따라 벌 청소를 시키거나 급식 줄 서는 순서를 배치하는 등, 학교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공부를 잘하면 우대를 받고, 공부를 못하면 불이익을 받는 것이다.
사람들은 주로 손이나 발로 때리거나 기합주는 것만을 체벌이라고 한다. 하지만 성적이나 결과를 두고 비교하고 무시하는 것 또한 체벌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의 이름이 언급될 때 학생들의 비웃음거리가 되는 것, 패배자가 된 느낌을 받는 것, 수행평가나 단원평가 등 많은 시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못하는 아이는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 그때 받는 스트레스와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르기도 한다.
이런 비교가 계속되면 대개 '아, 나는 어차피 해도 안 되는구나', '나는 패배자구나, 어차피 안 된다'라는 마인드가 자신의 마음 어딘가에 각인되어 학습 욕구를 더욱 떨어뜨리기도 한다. 물론 소수의 학생들은 승부욕을 가지고 학습하여 성적이 더 오른다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소수의 이야기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갈 수록, 성적 경쟁이 심해질수록, 이런 '비교'라는 이름의 체벌, 불이익의 강도도,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도 점점 높아지기만 한다.
때리고, 구타하고, 폭행하는 것만이 체벌이 아니다. 초등학생을 비롯한 많은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고 비교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정신적 고통'이 수반된다면 그런 비교와 차별도 엄연한 체벌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모든 체벌은 굴욕적이라고 했다. 또한 아동을 물리적으로 때리는 것, 몸에 상처를 입히는 것 외에도 무시하는 것, 비웃는 것, 겁주는 것 등도 사라져야 할 체벌의 일종이라고 규정했다(유엔아동권리위원회 일반논평 8호, 2006, <체벌 및 그 밖의 잔혹하거나 굴욕적인 형태의 처벌로부터 보호받을 아동의 권리(특히, 제19조, 제28조 제2항, 제37조)>). 학교에서 일어나는 성적 비교는 여기에 너무나 잘 맞아떨어진다.
교육 제도를 만든 국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학 입시를 향해 초등학생 때부터 달려가도록 설계되어 있는 교육 제도 속에서, 경쟁, 상대평가라는 것은 언제나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다. 국가의 교육 제도에 맞추어 운영되는 학교에서는 이런 비교를 조장하고, 실제 학생 생활에서 성적에 따른 우대와 차별로 눈에 확실히 보이게 차이를 드러낸다.
한국의 학생들이 성적에 대한 불안, 다른 학생과의 비교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은 옛날부터 요즘까지 쭉 있어왔던 일이다. 하지만 국가는 학생들에게 굴욕감과 모욕감을 주는 교육 제도를 그대로 둔 채, 옛날보다 얼마나 덜 때리는지, 얼마나 살살 때리는지만 가지고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교육의 이런 상황은, 엄연히 국가가 나서서 만든 폭력이다. 성적에 따라 비교당하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이 없도록 교육을 개혁할 책임을 국가에 물어야 한다.
사진 : 2015년 10월 30일 멈춰라 입시경쟁 풀려라 다크서클 공동행동 기자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