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지음] 친구들 앞에서 성적 공개... 그것도 '체벌'입니다- 초등학생으로서 느끼는 한국 교육의 폭력성

관리자
2023-11-08
조회수 199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투고하는 글입니다. 

이 글은 지음의 채움활동가이자 현재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신 또바기 님이 작성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성적 공개... 그것도 '체벌'입니다

- 초등학생으로서 느끼는 한국 교육의 폭력성


"초등학교 때 많이 놀아라."

초등학교에 재학하면서 어른들에게 많이 들은 말이다. 하지만 이런 어른들의 말을 듣고, 나는 의문을 품었다. 한 학년 오를 때마다 나를 비롯한 초등학생들에게 더 많은 학원과 사교육, 학업에 대한 선생님들과 어른들의 압박이 점점 강해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는 빨리 고학년이 되고 싶었다. 고학년이 되면 더 자유로워질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해가면서, 고학년이 되는 것이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고학년이 되면 마냥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학업과 사교육에 대한 압박이 매일매일 조금씩 숨통을 조였기 때문이다. 나는 초등학생들이 한 학년씩 올라가면서 한 번씩은 겪어볼 만한 학업 및 성적에 대한 압박,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자 하는 "비교하는 교육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체벌"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공부를 못한다고 무시당하는 것도 체벌의 일종

초등학생들은 대개 빠르면 중학년(3~4학년), 조금 늦으면 고학년(5~6학년)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의 '성적 비교'를 당하기 시작한다. 사례는 여러 가지이다. 그 중 선생님들이 학급생들 앞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을 언급하는 사례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런 비교는 단순히 성적이나 학습 결과를 모두가 있는 곳에서 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성적순으로 자리를 배치하는 것부터, 조별로 상점/벌점 스티커를 모으도록 해서 결과에 따라 벌 청소를 시키거나 급식 줄 서는 순서를 배치하는 등, 학교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공부를 잘하면 우대를 받고, 공부를 못하면 불이익을 받는 것이다.

사람들은 주로 손이나 발로 때리거나 기합주는 것만을 체벌이라고 한다. 하지만 성적이나 결과를 두고 비교하고 무시하는 것 또한 체벌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의 이름이 언급될 때 학생들의 비웃음거리가 되는 것, 패배자가 된 느낌을 받는 것, 수행평가나 단원평가 등 많은 시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못하는 아이는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 그때 받는 스트레스와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르기도 한다.

이런 비교가 계속되면 대개 '아, 나는 어차피 해도 안 되는구나', '나는 패배자구나, 어차피 안 된다'라는 마인드가 자신의 마음 어딘가에 각인되어 학습 욕구를 더욱 떨어뜨리기도 한다. 물론 소수의 학생들은 승부욕을 가지고 학습하여 성적이 더 오른다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소수의 이야기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갈 수록, 성적 경쟁이 심해질수록, 이런 '비교'라는 이름의 체벌, 불이익의 강도도,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도 점점 높아지기만 한다.

때리고, 구타하고, 폭행하는 것만이 체벌이 아니다. 초등학생을 비롯한 많은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고 비교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정신적 고통'이 수반된다면 그런 비교와 차별도 엄연한 체벌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모든 체벌은 굴욕적이라고 했다. 또한 아동을 물리적으로 때리는 것, 몸에 상처를 입히는 것 외에도 무시하는 것, 비웃는 것, 겁주는 것 등도 사라져야 할 체벌의 일종이라고 규정했다(유엔아동권리위원회 일반논평 8호, 2006, <체벌 및 그 밖의 잔혹하거나 굴욕적인 형태의 처벌로부터 보호받을 아동의 권리(특히, 제19조, 제28조 제2항, 제37조)>). 학교에서 일어나는 성적 비교는 여기에 너무나 잘 맞아떨어진다.


교육 제도를 만든 국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학 입시를 향해 초등학생 때부터 달려가도록 설계되어 있는 교육 제도 속에서, 경쟁, 상대평가라는 것은 언제나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다. 국가의 교육 제도에 맞추어 운영되는 학교에서는 이런 비교를 조장하고, 실제 학생 생활에서 성적에 따른 우대와 차별로 눈에 확실히 보이게 차이를 드러낸다.

한국의 학생들이 성적에 대한 불안, 다른 학생과의 비교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은 옛날부터 요즘까지 쭉 있어왔던 일이다. 하지만 국가는 학생들에게 굴욕감과 모욕감을 주는 교육 제도를 그대로 둔 채, 옛날보다 얼마나 덜 때리는지, 얼마나 살살 때리는지만 가지고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교육의 이런 상황은, 엄연히 국가가 나서서 만든 폭력이다. 성적에 따라 비교당하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이 없도록 교육을 개혁할 책임을 국가에 물어야 한다. 



사진 : 2015년 10월 30일 멈춰라 입시경쟁 풀려라 다크서클 공동행동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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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은 국가폭력이다

국가가 조장한 체벌, 국가에 사과받자


학교에서 교육/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당연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제 학교에서의 체벌은 사라져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여러가지 형태의 폭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손이나 발, 도구를 이용한 폭력행위 외에도, 몸에 무리를 주는 자세나 동작을 시켜서 고통을 주고,

폭언이나 벌칙 등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주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훈육'하는 것은 인권침해입니다.


이는 비단 그런 방식으로 학생을 가르치려는 교사 개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교사 혼자서 여러명의 학생을 '통제' 해야 하고, 

학생들은 결코 감당 가능하지 않은 양의 교육과정을 꾸역꾸역 따라가야 하는

교실의 풍경, 교육 제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체벌은 국가의 책임입니다.

옛날에도 틀렸고, 지금도 틀린 방식입니다.

더 이상 교사가 인성이 나쁘다, 요즘 학생들은 싸가지가 없다로 서로 싸우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교사가 좀 더 여유있게 한 사람 한사람을 살필 수 있도록,

모두가 허겁지겁 교과 진도를 따라가느라 일률적인 모습을 강요받는 일이 없도록,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폭력적인 교육을 경험했던 사람/세대들,

그리고 여전히 겉모습은 조금 다르지만 폭력적인 교육을 경험하고 있는 현재의 학생들,

모두 국가에 책임을 묻고, 국가에 사과 받읍시다.





1. 국가는 학교에 대한 관리책임이 있습니다.


초ㆍ중등교육법 제6조에, 국립학교는 교육부장관의 지도ㆍ감독을 받으며, 공립ㆍ사립 학교는 교육감의 지도ㆍ감독을 받는다. 

라고 하여, 국가와 지방자체단체 행정 기관들이 각 학교를 감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에서 ‘인가’받아 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해서, 학교로 기능하기에 충분한지 검토하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국가에서는 학교 설비와 운영하는 교과목 등은 꼼꼼하게 따져 묻지만, 학생들의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인권침해적 내용이 담긴 학칙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징계의 내용 등은 학교의 ‘재량’이라며 인권을 보장하는 기준에 맞게 고치도록 강제하기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2. 한국은 1991년 국제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습니다.


한국에서 1991년에 비준한 유엔국제아동권리협약에는 제 19 조 (모든 형태의 폭력 및 학대로부터의 보호)라는 조문을 통해 아동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국가가 나서서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1.  당사국은 부모나 법정대리인, 기타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는 동안 모든 형태의 신체적 정신적 폭력, 상해나 학대, 방임 또는 방치하는 대우, 성적 학대를 포함한 가혹한 처우나 착취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입법적 행정적 사회적 및 교육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2. 이러한 보호조치는 아동 및 아동 양육자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사회계획의 수립과본 조 제1항에 규정된 아동학대 사례에 대한 다른 형태의 예방은 물론, 학대사례를 확인 보고 조회 조사 처리 추적하고 적절한 경우 사법적 개입이 가능한 효과적인 절차가 포함되어야 한다

 

더불어 유엔아동인권위원회의 8번 일반논평을 통해 근절되어야 할 폭력의 항목에 도구나 손으로 때리는 것과 더불어, 불편한 자세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 경시하는 것, 창피를 주는 것, 모욕하는 것, 겁을 주는 것, 아동을 비웃는 것이 포함된다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국제협약/조약에 비준한다는 것은, 협약의 내용을 한국 안의 법과 동일하게 존중/적용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1991년에는 물론, 일반논평이 나온 2007년에도 그리고 현재 조차도 교육에서 폭력이 완전히 근절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교육부는 2011년 초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체벌을 일부 금지한 이후로는 어떠한 적극적인 법적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습니다.



3.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교육 제도입니다.


어떤 이들은 한국 교육 현실 상, 교사가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체벌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한 명의 교사가 일정한 수업시간동안 여러 명의 학생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기에 그 중 일부가 수업을 방해하거나, 집중하지 못하거나, 교사가 하라고 시킨 것을 하지 않으면 교실 안이 혼란스러워지고, 이를 짧은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생들에게 벌을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교실에 조용히 앉아서, 교사가 지시하는 대로 일사불란하게 같은 것을 하는 교육의 모습이 모두에게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학교 시스템은 일부의 집중 잘 하고, 차분하고, 얌전하고, 학습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의가 쉽게 흐트러지고, 다양한 것을 하고 싶어 하고, 딴 짓도 하고 싶어 하는 보통사람 또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야 합니다.

산만한 사람에게 벌을 주고 겁을 주어 차분한 사람으로 ‘가공하는’ 것, 그래서 학교 교과목들이 전달하는 지식을 잘 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런 교육의 구조는 그대로 둔 채, 한 교실을 교사가 혼자서 감당해 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체벌이라는 폭력적인 경험을 국가의 책임 하에 있는 공공기관에서 학생 모두가 경험하도록 방치하는 것 역시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부당한 일입니다.

획일적이고 경쟁적인, 체벌 없이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교육제도를 바꿔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