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고통에서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을 벗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2024 학교 체벌 생존자 위로회〉준비하며 지음 곁의 사람들을 만나는 인터뷰!
첫 번째로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의 인터뷰로 인연을 맺은 '지우(가명)' 님을 만났습니다. 체벌에 대한 공적 논의를 바라는 지우 님은 2023년부터 지음의 지지자로 함께하고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지지자 지우 님 지우라고 하고요.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고, 작게 사업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입니다.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의 체벌 경험 인터뷰를 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지지자 지우 님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 이름을 보고서 제가 항상 막연하게 생각하던 게 명료한 문장으로 표현된 걸 보고 되게 큰 감명을 받았어요. 왜냐하면 요즘에서야 체벌이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제가 학교 다니는 시절에는 너무 당연했고, 개인적으로 전혀 정당하지 않고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지만 모두가 겪고 그 누구도 문제 제기를 안 해서 좀 어영부영 넘어간 문제였던 것 같거든요. 그러다가 제가 성인이 되면서 한참 잊고 있다가 캠페인 이름을 보고 ‘이건 이렇게 공적으로 논의가 돼야 하는 문제가 맞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의 경험이 작게나마 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의 체벌 경험 인터뷰를 하고 나서 느꼈던 것들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지지자 지우 님 학교에서 당했던 체벌 경험 자체를 글이든 육성으로든 표현을 해본 게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내 머릿속에 내 몸에 각인된 경험을 소리를 내서 언어로 표현을 하고 그걸 타인한테 전달하는 경험 자체가 저한테 그 경험을 소화하는 데 되게 큰 도움이 된 것 같고요. 그리고 말을 하면서 제가 기억을 하고 있었던 줄도 몰랐던 일들까지 기억을 하면서 생각보다 내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묻고 있었거나 혹은 그 당시에는 심각성을 몰라서 내가 잊고 있었는데 막상 말을 해서 표현을 하고 보니까 ‘이게 되게 심각한 거였네’라고 느낀 사건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인생 최초의 체벌 경험이었던, 기록집에도 실린 건데요. ‘잠자는 귀신’이라고, 초등학교 2학년들한테 누워서 팔다리를 45도 각도로 들고 계속 버티게 한 그게. 엄청 옛날 일인데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저 자신한테 좀 놀라웠고. 누군가 그런 질문을 안 했으면 잊고 살았을 것 같거든요. 근데 잊힌 게 별로 안 중요해서 잊힌 거라기보다는 세월이 너무 많이 지났고, 그 당시에 학부모들을 포함해서 그 누구도 문제 제기를 안 하는 상황이어서 ‘당시에 그냥 그게 너무 당연하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을 해서 잊고 지냈구나’라는 걸 말을 하고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간접 체벌은 어떻게 보면 몸에 직접 매를 대는 체벌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때는 ‘그래도 때리는 선생님보다는 낫지’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인터뷰를 계기로 ‘몸에 매를 꼭 대지 않는다고 해서 체벌이 아닌 것도 아니고, 나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는 거구나’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 결과 발표 및 토론회에 오셨는데, 당시 기분이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지지자 지우 님 일단 체벌 이야기를 모으는 분들이 있다는 게 저는 되게 감사했어요. 저한테 특별히 좀 충격적이었던 건 굉장히 최근까지도 체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거였고, 저보다 나이가 훨씬 더 어리신 인터뷰이 분들 인터뷰 기록을 보면서 느꼈어요. 그래서 체벌 경험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고, ‘얘기를 안 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세상에 얼마나 나랑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을까?’ 생각이 들면서 내가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위안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피해자들이 많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체벌 경험에 대해서 많이 얘기를 못 하는 이유는 너무 흔했다 보니까 얘기하는 게 그냥 새삼스러워서 못 하는 것도 있거든요. 그리고 모두가 겪었지만, 그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면 문제 제기하는 사람이 약간 좀 이상하게 느껴져서 눈치 상 못 하는 게 있는데, ‘체벌을 문제라고 생각했던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를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주관적인 경험을 한 당사자가 되면 ‘그냥 내가 좀 예민해서 그런 게 아닐까’라든가 ‘다른 학교를 잘 모르니까 그냥 내가 있었던 데가 조금 유달리 더 이상했던 거 아닐까’라고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많은 사례들을 집계하고 또 이해하고 계신 분들이 오셨잖아요. 토론도 발제도 하시는 걸 보면서 ‘이게 생각보다 되게 흔하고, 엄청 심각한 문제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야 되는 문제였구나’ 했어요. 발제나 자료에는 아무래도 지면상 숫자로만 표현되고, 몇 건이 있었다 뭐 이런 게 있잖아요. 근데 그 숫자 하나하나가 사실 결국 저 같은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잖아요. 그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그리고 비록 몇 건의 숫자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 순간에 되게 연결돼 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지지자 지우 님 체벌 경험이랑 저 자신을 분리해서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아예 인지도 못 했던 나의 일부였거나 내지는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너무 고통스러워서 나 자신과 분리를 잘 못했던 것 같은데 그걸 말로 했잖아요. 그리고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걸 체계적으로 정리를 했고요. 당사자는 자기가 그 경험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그 밖을 좀 못 보는 게 있는데, 체벌의 사회·문화적인 맥락이라든가 정책적인 문제점이라든가 짚어주실 수 있는 많은 분들이 오셨잖아요, 결과 발표 및 토론회 때. 그걸 보면서 나의 체벌 경험으로부터 오는 트라우마가 나의 정체성을 다 정의한다든가 나의 전부이고 나는 그 고통에서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을 벗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너무 감사했고,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많은 분들이 모이신 게 저한테는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올해 지음에서는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 후속 활동으로 ‘학교 체벌 생존자 위로회’를 열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지자 지우 님 이건 마치 “체벌을 국가폭력이다” 캠페인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받았던 좋은 의미의 충격처럼 ‘내가 위로받을 대상이구나’라는 걸 알게 돼서 인상 깊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체벌이 절대 옳은 일이 아니었고 처벌을 받아야 하고 시정이 필요하고 누군가의 공감과 위로를 필요로 하는 일이구나라는 걸 그전에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에 대해서 잘 모르셨던 분들도 본인이 당사자라고 하면 위로회 이름만을 통해서도 잘 와닿을 것 같아서 좋고요. 또 위로회에 가면 나랑 비슷한 상황에 있었던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고 만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을 안전한 환경 안에서 만나는 경험 자체가 굉장히 큰 중요성을 갖는 경험이고,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 자체도 의미가 큰 것 같고. 개개인의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들 만나려고 해도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제가 모을 수도 없잖아요. 그런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좀 귀한 것 같아요.
그런데 나 자신을 폭력 피해자로 생각을 하고 가는 게 머뭇거려지거나 망설여지는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어요. 일대일 인터뷰까지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에 나를 피해자로 규정을 하고 소개를 하면서 폭력 경험을 노출하면 내 잘못은 아니지만 수치심이 따라오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는 제가 피해자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제가 이런 걸 한다면 만났을 때 뭘 해야 할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위로회라는 이름도 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는데 누군가한테는 ‘피해자의 수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게 아닌가’, ‘우리는 위로를 받아야 되는 존재인가’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고. 각자의 경험이 다르다 보니까 그건 사람마다 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지음의 활동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지지자 지우 님 저는 지음이 대체 불가능하고, 너무 중요한 목소리를 계속 낸다고 생각을 해요. 특히 지음 SNS를 계속 보면서 느꼈는데 성명서들을 내실 때 계속 ‘어린이나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서 권리가 없는 주체들처럼 여겨지는데 그렇지 않다’, ‘미성년자라고 해서 모든 권리가 어른한테 귀속이 되거나 어떤 처분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여러 의제와 관련해서 말하고 계시잖아요. 사실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은 본인이 그 당사자라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 하거나 아니면 하더라도 정말 제도적으로든 제한되는 것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걸 해주는 단체가 있다는 사실이 되게 소중한 것 같아요.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시는 분들이라는 사실을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어렸을 때 이런 게 좀 있었으면 좋았겠다’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웃음)
제 생각에 세상에서 가장 진심인 응원은 기부가 아닐까, 생각해요. (웃음) 사람들을 모으려면 장소가 필요하고, 거기에 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줘야 하는 적절한 돈이 있잖아요. 당사자 개개인이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내는 게 단체라고 생각을 해요. 그게 여러 사람들이 협력하는 단체의 힘이고. 그리고 말씀드린 것처럼 당사자 개개인은 자신의 주관적인 경험에 너무 압도돼 가지고 경험 자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데, 그런 사람들을 모아주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단체가 지음인 것 같아요. 그런 지음을 응원하고 싶다면 최고의 응원은 기부인 것 같습니다.
👉 위로회 후원하러 가기 https://forms.gle/yDQhCnBnbP98rU6d9
👉 위로회 참가 신청하러 가기 https://forms.gle/SLC1Xvz5VSjUFEPJA
👉 위로회의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https://yhrjieum.kr/20240505
“그 고통에서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을 벗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2024 학교 체벌 생존자 위로회〉준비하며 지음 곁의 사람들을 만나는 인터뷰!
첫 번째로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의 인터뷰로 인연을 맺은 '지우(가명)' 님을 만났습니다. 체벌에 대한 공적 논의를 바라는 지우 님은 2023년부터 지음의 지지자로 함께하고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지지자 지우 님 지우라고 하고요.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고, 작게 사업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입니다.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의 체벌 경험 인터뷰를 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지지자 지우 님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 이름을 보고서 제가 항상 막연하게 생각하던 게 명료한 문장으로 표현된 걸 보고 되게 큰 감명을 받았어요. 왜냐하면 요즘에서야 체벌이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제가 학교 다니는 시절에는 너무 당연했고, 개인적으로 전혀 정당하지 않고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지만 모두가 겪고 그 누구도 문제 제기를 안 해서 좀 어영부영 넘어간 문제였던 것 같거든요. 그러다가 제가 성인이 되면서 한참 잊고 있다가 캠페인 이름을 보고 ‘이건 이렇게 공적으로 논의가 돼야 하는 문제가 맞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의 경험이 작게나마 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의 체벌 경험 인터뷰를 하고 나서 느꼈던 것들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지지자 지우 님 학교에서 당했던 체벌 경험 자체를 글이든 육성으로든 표현을 해본 게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내 머릿속에 내 몸에 각인된 경험을 소리를 내서 언어로 표현을 하고 그걸 타인한테 전달하는 경험 자체가 저한테 그 경험을 소화하는 데 되게 큰 도움이 된 것 같고요. 그리고 말을 하면서 제가 기억을 하고 있었던 줄도 몰랐던 일들까지 기억을 하면서 생각보다 내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묻고 있었거나 혹은 그 당시에는 심각성을 몰라서 내가 잊고 있었는데 막상 말을 해서 표현을 하고 보니까 ‘이게 되게 심각한 거였네’라고 느낀 사건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인생 최초의 체벌 경험이었던, 기록집에도 실린 건데요. ‘잠자는 귀신’이라고, 초등학교 2학년들한테 누워서 팔다리를 45도 각도로 들고 계속 버티게 한 그게. 엄청 옛날 일인데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저 자신한테 좀 놀라웠고. 누군가 그런 질문을 안 했으면 잊고 살았을 것 같거든요. 근데 잊힌 게 별로 안 중요해서 잊힌 거라기보다는 세월이 너무 많이 지났고, 그 당시에 학부모들을 포함해서 그 누구도 문제 제기를 안 하는 상황이어서 ‘당시에 그냥 그게 너무 당연하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을 해서 잊고 지냈구나’라는 걸 말을 하고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간접 체벌은 어떻게 보면 몸에 직접 매를 대는 체벌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때는 ‘그래도 때리는 선생님보다는 낫지’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인터뷰를 계기로 ‘몸에 매를 꼭 대지 않는다고 해서 체벌이 아닌 것도 아니고, 나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는 거구나’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 결과 발표 및 토론회에 오셨는데, 당시 기분이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지지자 지우 님 일단 체벌 이야기를 모으는 분들이 있다는 게 저는 되게 감사했어요. 저한테 특별히 좀 충격적이었던 건 굉장히 최근까지도 체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거였고, 저보다 나이가 훨씬 더 어리신 인터뷰이 분들 인터뷰 기록을 보면서 느꼈어요. 그래서 체벌 경험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고, ‘얘기를 안 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세상에 얼마나 나랑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을까?’ 생각이 들면서 내가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위안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피해자들이 많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체벌 경험에 대해서 많이 얘기를 못 하는 이유는 너무 흔했다 보니까 얘기하는 게 그냥 새삼스러워서 못 하는 것도 있거든요. 그리고 모두가 겪었지만, 그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면 문제 제기하는 사람이 약간 좀 이상하게 느껴져서 눈치 상 못 하는 게 있는데, ‘체벌을 문제라고 생각했던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를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주관적인 경험을 한 당사자가 되면 ‘그냥 내가 좀 예민해서 그런 게 아닐까’라든가 ‘다른 학교를 잘 모르니까 그냥 내가 있었던 데가 조금 유달리 더 이상했던 거 아닐까’라고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많은 사례들을 집계하고 또 이해하고 계신 분들이 오셨잖아요. 토론도 발제도 하시는 걸 보면서 ‘이게 생각보다 되게 흔하고, 엄청 심각한 문제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야 되는 문제였구나’ 했어요. 발제나 자료에는 아무래도 지면상 숫자로만 표현되고, 몇 건이 있었다 뭐 이런 게 있잖아요. 근데 그 숫자 하나하나가 사실 결국 저 같은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잖아요. 그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그리고 비록 몇 건의 숫자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 순간에 되게 연결돼 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지지자 지우 님 체벌 경험이랑 저 자신을 분리해서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아예 인지도 못 했던 나의 일부였거나 내지는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너무 고통스러워서 나 자신과 분리를 잘 못했던 것 같은데 그걸 말로 했잖아요. 그리고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걸 체계적으로 정리를 했고요. 당사자는 자기가 그 경험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그 밖을 좀 못 보는 게 있는데, 체벌의 사회·문화적인 맥락이라든가 정책적인 문제점이라든가 짚어주실 수 있는 많은 분들이 오셨잖아요, 결과 발표 및 토론회 때. 그걸 보면서 나의 체벌 경험으로부터 오는 트라우마가 나의 정체성을 다 정의한다든가 나의 전부이고 나는 그 고통에서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을 벗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너무 감사했고,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많은 분들이 모이신 게 저한테는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올해 지음에서는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 후속 활동으로 ‘학교 체벌 생존자 위로회’를 열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지자 지우 님 이건 마치 “체벌을 국가폭력이다” 캠페인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받았던 좋은 의미의 충격처럼 ‘내가 위로받을 대상이구나’라는 걸 알게 돼서 인상 깊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체벌이 절대 옳은 일이 아니었고 처벌을 받아야 하고 시정이 필요하고 누군가의 공감과 위로를 필요로 하는 일이구나라는 걸 그전에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에 대해서 잘 모르셨던 분들도 본인이 당사자라고 하면 위로회 이름만을 통해서도 잘 와닿을 것 같아서 좋고요. 또 위로회에 가면 나랑 비슷한 상황에 있었던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고 만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을 안전한 환경 안에서 만나는 경험 자체가 굉장히 큰 중요성을 갖는 경험이고,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 자체도 의미가 큰 것 같고. 개개인의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들 만나려고 해도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제가 모을 수도 없잖아요. 그런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좀 귀한 것 같아요.
그런데 나 자신을 폭력 피해자로 생각을 하고 가는 게 머뭇거려지거나 망설여지는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어요. 일대일 인터뷰까지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에 나를 피해자로 규정을 하고 소개를 하면서 폭력 경험을 노출하면 내 잘못은 아니지만 수치심이 따라오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는 제가 피해자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제가 이런 걸 한다면 만났을 때 뭘 해야 할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위로회라는 이름도 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는데 누군가한테는 ‘피해자의 수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게 아닌가’, ‘우리는 위로를 받아야 되는 존재인가’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고. 각자의 경험이 다르다 보니까 그건 사람마다 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지음의 활동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지지자 지우 님 저는 지음이 대체 불가능하고, 너무 중요한 목소리를 계속 낸다고 생각을 해요. 특히 지음 SNS를 계속 보면서 느꼈는데 성명서들을 내실 때 계속 ‘어린이나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서 권리가 없는 주체들처럼 여겨지는데 그렇지 않다’, ‘미성년자라고 해서 모든 권리가 어른한테 귀속이 되거나 어떤 처분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여러 의제와 관련해서 말하고 계시잖아요. 사실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은 본인이 그 당사자라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 하거나 아니면 하더라도 정말 제도적으로든 제한되는 것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걸 해주는 단체가 있다는 사실이 되게 소중한 것 같아요.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시는 분들이라는 사실을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어렸을 때 이런 게 좀 있었으면 좋았겠다’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웃음)
제 생각에 세상에서 가장 진심인 응원은 기부가 아닐까, 생각해요. (웃음) 사람들을 모으려면 장소가 필요하고, 거기에 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줘야 하는 적절한 돈이 있잖아요. 당사자 개개인이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내는 게 단체라고 생각을 해요. 그게 여러 사람들이 협력하는 단체의 힘이고. 그리고 말씀드린 것처럼 당사자 개개인은 자신의 주관적인 경험에 너무 압도돼 가지고 경험 자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데, 그런 사람들을 모아주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단체가 지음인 것 같아요. 그런 지음을 응원하고 싶다면 최고의 응원은 기부인 것 같습니다.
👉 위로회 후원하러 가기 https://forms.gle/yDQhCnBnbP98rU6d9
👉 위로회 참가 신청하러 가기 https://forms.gle/SLC1Xvz5VSjUFEP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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