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가는 학교에 대한 관리책임이 있습니다.
초ㆍ중등교육법 제6조에, 국립학교는 교육부장관의 지도ㆍ감독을 받으며, 공립ㆍ사립 학교는 교육감의 지도ㆍ감독을 받는다.
라고 하여, 국가와 지방자체단체 행정 기관들이 각 학교를 감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에서 ‘인가’받아 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해서, 학교로 기능하기에 충분한지 검토하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국가에서는 학교 설비와 운영하는 교과목 등은 꼼꼼하게 따져 묻지만, 학생들의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인권침해적 내용이 담긴 학칙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징계의 내용 등은 학교의 ‘재량’이라며 인권을 보장하는 기준에 맞게 고치도록 강제하기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2. 한국은 1991년 국제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습니다.
한국에서 1991년에 비준한 유엔국제아동권리협약에는 제 19 조 (모든 형태의 폭력 및 학대로부터의 보호)라는 조문을 통해 아동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국가가 나서서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1. 당사국은 부모나 법정대리인, 기타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는 동안 모든 형태의 신체적 정신적 폭력, 상해나 학대, 방임 또는 방치하는 대우, 성적 학대를 포함한 가혹한 처우나 착취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입법적 행정적 사회적 및 교육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2. 이러한 보호조치는 아동 및 아동 양육자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사회계획의 수립과본 조 제1항에 규정된 아동학대 사례에 대한 다른 형태의 예방은 물론, 학대사례를 확인 보고 조회 조사 처리 추적하고 적절한 경우 사법적 개입이 가능한 효과적인 절차가 포함되어야 한다 |
더불어 유엔아동인권위원회의 8번 일반논평을 통해 근절되어야 할 폭력의 항목에 도구나 손으로 때리는 것과 더불어, 불편한 자세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 경시하는 것, 창피를 주는 것, 모욕하는 것, 겁을 주는 것, 아동을 비웃는 것이 포함된다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국제협약/조약에 비준한다는 것은, 협약의 내용을 한국 안의 법과 동일하게 존중/적용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1991년에는 물론, 일반논평이 나온 2007년에도 그리고 현재 조차도 교육에서 폭력이 완전히 근절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교육부는 2011년 초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체벌을 일부 금지한 이후로는 어떠한 적극적인 법적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습니다.
3.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교육 제도입니다.
어떤 이들은 한국 교육 현실 상, 교사가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체벌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한 명의 교사가 일정한 수업시간동안 여러 명의 학생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기에 그 중 일부가 수업을 방해하거나, 집중하지 못하거나, 교사가 하라고 시킨 것을 하지 않으면 교실 안이 혼란스러워지고, 이를 짧은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생들에게 벌을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교실에 조용히 앉아서, 교사가 지시하는 대로 일사불란하게 같은 것을 하는 교육의 모습이 모두에게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학교 시스템은 일부의 집중 잘 하고, 차분하고, 얌전하고, 학습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의가 쉽게 흐트러지고, 다양한 것을 하고 싶어 하고, 딴 짓도 하고 싶어 하는 보통사람 또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야 합니다.
산만한 사람에게 벌을 주고 겁을 주어 차분한 사람으로 ‘가공하는’ 것, 그래서 학교 교과목들이 전달하는 지식을 잘 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런 교육의 구조는 그대로 둔 채, 한 교실을 교사가 혼자서 감당해 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체벌이라는 폭력적인 경험을 국가의 책임 하에 있는 공공기관에서 학생 모두가 경험하도록 방치하는 것 역시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부당한 일입니다.
획일적이고 경쟁적인, 체벌 없이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교육제도를 바꿔나가야 합니다.
4월 15일, 지음에서는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시작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간담회는 학교 체벌의 사회적 책임을 공론화하고 국가 책임을 묻는 캠페인을 준비하기 위해 진행되었는데요. 기존에 학생과 교사 개인 간의 구도로만 파악되는 것을 넘어서 국가가 어떻게 장려해왔고, 국가의 책임을 묻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 캠페인의 기획 의도와 필요성 등을 설명하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는 법률 전문가와의 자문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캠페인 기획 단계에서 국가의 응답을 강제하기 위한 타개책으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염두에 두었는데요. 국가배상청구소송에는 시효의 문제, 특성 상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국가가 먼저 배상해주고 국가가 구상권을 행사해서 다시 돈을 거둬들임으로써 교사 개인의 책임을 묻는 구도가 되는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부작위의 경우에는 시효 문제는 없지만, 인정이 거의 되지 않고 소송 비용 부담이 있고요. 이외에 특별법 제정과 요구, 가해 교사와 피해 학생이 함께 피해자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지만 회복된 관계를 찾기 어려워 쉽지 않습니다. 사법은 구체적 가·피해 행위와 손해의 정도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어떻게 폭력의 구조 속에 갇히게 되는지 판단받기도 어렵고요. 현재로써는 사법적으로 문제를 접근하기보다 운동을 통해 문제를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캠페인의 장기적 목표로는 주되게 교권과 학생인권 구도를 바꾸고, 새로운 프레임을 짜내 문제를 드러내는 것으로 입을 모았습니다. 체벌이 국가에 의해 어떻게 조장되고 방임되어 왔는지 초점을 맞추고, 학교 및 교육청의 자율을 말하면서 국가는 계속 뒤로 빠져있는 문제에 대해서 국가의 책임을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계속 소환해야 할 필요성을 얘기했습니다. 또한 간접체벌을 권장하는 등의 행태와 신고하면 그만인 문제로 다뤄지는 것도 역시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고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올해의 구체적인 목표로는 학교 체벌이 교사 개인의 인성 문제가 아닌 직업에 요구되어 온 것임을 지적하고 국가 책임으로 알림으로써 체벌이 노동조건과 연결되어 있는 방식을 말하자고 논의했습니다. 이에 교사 집단의 양심선언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앞으로 지음에서는 학교 체벌에 대한 국가 책임을 묻는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선례 공부모임을 진행하고, 팀을 구성하여 논리를 탄탄하게 쌓고, 사례를 모아 체벌이 국가폭력임을 가시화하고 알려내고자 합니다.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려요.